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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려던 얘기 +α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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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필요없는데 새벽부터 깨서, 곤히 자고 있던 사람 깨워서 괴롭히고, 돼지국밥 든든하게 먹고, 카페 구석에 앉아서,


"너도 늙었구나 이제 할매네 ㅎㅎ"

"니가 더 늙었거든"


"그러고보니 우리가 만난지 10년 넘었지?"

"카페 오픈한지 12년째야 너 만나고 일년 정도는 더 일했으니까 이제 13년? 그쯤 됐겠네"


"내가 노래방에서 만난 미시랑 친구먹고 동네 친구가 될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 새벽부터 자는 거 깨워서 떡치는 사이가 될거라고는 더 상상도 못했지"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그 일하면서 손님한테 먼저 연락해서 따로 만난 건 니가 유일하다 야"


"그 놈의 주식이 원흉이지 아마? 넌 나한테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고 내 수익률에 마음이 있었던 거잖아"

"니가 얼굴로 보나 싸가지로 보나 여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은 아니지"


"남자들도 안 좋아해 남자들한텐 더 하지 직업이 또 그렇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고"

"아 진짜 내가 그 땐 미쳤었지 빨리 돈 모아서 일 그만두고 카페 차릴려는 욕심에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래도 나 만나서 인생의 신세계를 경험했다며? 그럼 개이득 아냐? 내 덕분에 돈도 벌어 신세계도 보여줘 수시로 불러서 전등 갈아달라 이거 고쳐줘 저거 해줘 티비 고장났다고 티비도 사줬잖아

아침마다 대 줘도 니가 이득이야"

"미친 새끼 그래도 뭐 내가 전남편 새끼랑 이혼한 뒤로 의지할 남자는 너 하나 뿐이긴 하다 덕분에 돈 때문에 못 먹는 술 약먹어가면서 먹고 처음 보는 아저씨들한테 몸 대주는 지긋지긋한 짓도 생각보다 빨리 벗어날 수 있었고 그래 뭐 고맙긴 하지"


"고마우면 잘 해 오늘처럼 전화하면 바로 바로 준비하고 있고"

"지랄 말이라도 좀 예쁘게 하면 안되냐?"


"알바는 구했어? 하필이면 젤 오래된 애가 나가서 주문 밀린다며?"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네 괜찮은 애 구하는 건 이미 포기했고 그냥 시키는 것만이라도 하는 사람도 잘 없네"


"시키는 것만 잘 하는게 제일 어려운거야 나도 업체들 다녀보면 사람들이 꼭 시키는 건 안하고 딴 짓만 열심히들 하고 있더라 담당자가 좀 잘 한다 싶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로 바뀌어있고 내가 다 가르쳐야 된다 내가 검사를 하러 가는건지, 업체 신입들 교육을 하러 가는건지 모르겠다 이제 이 짓도 지겹다"

"그래도 월급받고 일할 수 있는게 부럽다 자영업자는 어디가서 말할데도 없다"


"내가 예전에 열정 가득한 대리 과장 때까지만 해도 업체 사람들 이름을 다 외웠었거든 근데 사람들이 워낙 자주 바뀌니까 이제는 다 부질없는 짓인 것 같다 내가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만난 김과장, 이대리, 박주임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다

그래도 예전엔 김성렬 과장, 이선호 대리, 박주영 주임이라고 부르진 않더라도 이름을 알고는 있었는데, 지금 담당자들은 그냥 김과장은 김과장이고 이대리는 이대리일 뿐이야 사실 지금 김과장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어 이젠 진짜로 은퇴해야겠다 재미가 없어"

"은퇴하면 뭐하게? 솔직히 너처럼 편하게 일하면서 그 월급 받는 거 보면 진짜 부럽다"


"일 그만두고 전국 오피 도장 깨기나 하러 다닐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 섹스에 미친 새끼 내가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널 사람 만들어서 데리고 살아볼까 싶다가도 딴년들이랑 뒹굴고 다닐거 생각하면 니가 죽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는 죽어야할 것 같아서 마음 접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너랑은 그냥 지금처럼 사랑과 우정사이로 남는 게 좋을 것 같아 나중에 나 사업자금 모자라면 니가 투자나 좀 해 주고"


뭐 그러면서 이 시간까지 카페에 죽치고 있습니다


원래 하려던 얘기는 대화의 중간에 이름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2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받은 명함만 수천장, 그 중에 지금도 연락을 하는 사람은 열 손가락도 아니고, 한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스쳐지나갈 한사람 한사람을 굳이 알아주고 기억하려 애 쓸 필요가 있을까?


먹고 살만 하니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게 되나 보네요

이제 정말 늙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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